太初存在只無。
태초에 무無가 있었다.
그 모순에서 하나의 존재가 빚어져 스스로를 천제天帝라 이르니 이름에 맞게 통치할 세상이 필요했다.
이에 천제의 육신이 화하여 껍데기는 너른 대지가, 살점은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되었다.
이어 두 눈을 태양과 달이 되어 세상을 비추게 하자 빈 곳에 흘러내린 눈물이 강과 바다를 이루었다.
그 최후에 담을 그릇이 사라지매 남은 피가 자연히 흙 위로 흩뿌려져 천제의 모습을 닮은 인간이 되었고,
그들에게 초목과 짐승을 주어 터를 꾸리게 하자 비로소 세상이 가득 차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천제만이 이곳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무형의 존재로 되돌아간 천제가 보니 제 역할을 도울 유형의 육신이 필요한지라,
인계에서 수신修身하여 덕을 쌓은 것들을 불러와 곁에 두고 세상의 일을 맡도록 하였다.
지금에 이르러서 우리는 그들을 신神이라 칭한다.
인계에서 수신하여 육신을 버린 존재들의 세계.
오로지 선한 것만이 선계로 인도받을 수 있으며 업을 쌓지 못한다면 인계에서 윤회를 반복한다.
너른 들과 숲만 존재하던 첫 모습으로부터, 지금은 오랜 시간이 흘러 인계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인계와 달리 모든 것이 풍족하여 기근과 재해가 없고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다.
선계의 한 가운데에는 자운연紫雲淵이라 불리는 큰 못이 있어 그를 통해 새로이 태어난 선인이 선계에 당도한다.
황제의 궁궐 대신 신을 모시는 사원이 큰 규모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천제를 도와 세상을 다스리는 신들이 사는 세계.
선인들 역시 신계의 존재를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상위의 계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신과 그 후계만이 천제의 권능으로 출입할 수 있으며,
각각 신들의 구역이 철저하게 나누어져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환경 역시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신계의 모습에 대한 서술은 어디에도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다.